한컴인스페이스 세종4호 개발진이 검증 시험을 마친 위성과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맨 왼쪽이 오상은 상무,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김봉홍 전무. [사진=한컴인스페이스]



어릴 때부터 전자 장비 뜯어보는 걸 좋아했다. 부유하지 않은 형편에도 TV나 라디오를 닥치는대로 뜯어보고 조립했다. 김홍봉 한컴인스페이스 전무(CTO)는 그렇게 자연스레 ‘기술쟁이’의 길로 들어섰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운명이었다.

1991년 한화시스템에 들어가 줄곧 K9 릴짱 자주포를 개발했고 오늘날 ‘K방산’의 기틀을 다졌다. 그의 다음 도전은 우주였다. 한컴인스페이스로 이직한 후 우주 인공위성 개발에 본격 나섰다. 스스로를 ‘기술쟁이’라고 부르고 오랜 기간 수많은 기술을 개발한 그에게도 우주로 가는 건 처음이다.
김 전무는 “개발한 기술들은 모두 내 자식 같다”며 “우주에 돌아다닐 위성을 생각하면 마치 내 사이다쿨바다이야기게임 자식이 수능 시험장에 들어가는 걸 보는 기분”이라고 했다.
지난 27일 발사된 누리호의 부탑재위성 12기 중 대부분이 성공적으로 궤도에 안착해 초기 교신에 성공했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부탑재위성 총 12기 중 9기가 교신해 성공해 초기 운용 단계를 밟고 있다. 이들은 며칠 간의 상태 점검을 거쳐 본격적인 임무 수행에 나설 예정이다.
모바일야마토 그중 하나가 한컴인스페이스가 제작한 세종4호다. 세종4호는 지난 28일 오후 11시 40분경 최초 교신과 양방향 교신에 성공했다. 아직 마음을 놓을 수는 없지만, 위성 개발과 운용의 큰 산을 하나 넘은 것이다.
세종4호는 한컴인스페이스의 세 번째 위성이지만, 직접 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선 1·2호는 기본 설계만 릴게임골드몽 직접 하고, 제작은 외부 업체에 맡겼다. 이번 세종4호가 성공하면서 한컴인스페이스는 자체 위성 제작 역량을 갖추게 됐다.
처음부터 위성을 제작할 계획은 아니었으나, 지난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 계기가 됐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정부 과제로 6G 통신 위성을 개발하고 있었으나, 정부의 예산 삭감을 피하지 못했다. 과제 2년차에 예 바다신2 다운로드 산의 70%가 삭감됐고 곧바로 과제를 끝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껏 기대를 갖고 여러 인재를 영입한 차에 맞닥뜨린 위기였다.
기대가 컸던 과제가 일몰되고 실망감에 빠져있던 지난해 1월,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가 자체 위성을 제작하자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었고 수많은 난관이 예상되는 일이었지만, 김 전무를 비롯한 회사의 여러 기술쟁이들이 환호했다. 김 전무는 당시를 “막막함보다는 설렘과 행복감이 훨씬 컸다”고 회고했다.


‘수능 시험장에 아이를 보내는 마음’세종4호는 시험지 받고 잘 풀고 있을까





김홍봉 한컴인스페이스 전무(CTO)가 세종4호 모형을 들고 웃고 있다. 난생 처음 위성을 만드는 과정은 좌충우돌과 실수의 연속이었지만, 천상 기술쟁이인 그에게는 그마저도 즐거운 일이었다. [한컴인스페이스]



처음 가보는 길, 모든 과정이 난관이었다. 위성 본체의 나사를 조이는 것도 어려웠다. 제작 실무를 총괄한 오상은 한컴인스페이스 상무는 “조립하면서 스크루 나사를 조이다가 나사가 뭉개져 넣지도 빼지도 못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위성은 정교하기 때문에 나사를 조여야 하는 정도가 정해져 있다. 직접 나사를 돌려보면서 적당한 수준까지 조여야 한다. 위성 제작 경험이 많은 업체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지만, 처음 해보는 이들에게는 나사 돌리는 것조차 어렵다.
현장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개발진을 구해준 건 김 전무였다. 김 전무는 “크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며 “드라이버 꽂을 틈을 미리 좀 만들고, 틈을 공략하면 뭉개진 나사도 쉽게 뺄 수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어릴 때부터 수많은 TV를 뜯어가며 체득한 기술쟁이의 노하우다.
무중력, 진공 등 낯선 우주 환경도 난관이었다. 어려움은 주로 작은 것들에서 비롯됐다. 태양광 패널을 묶어놓는 가느다란 실도 문제였다. 위성은 발사체에서 사출된 후 제일 먼저 충전을 위해 태양광 패널을 펼쳐야 한다. 원래는 접은 상태에서 실로 묶어놨다가 사출된 후 열로 실을 태워서 패널이 펼쳐지는 방식이다.
문제는 타서 사라져야 하는 실이 아무리 실험해도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충분히 전압을 걸어도 열이 오르지 않았고, 가느다란 실은 끊어질 기미를 안 보였다. 세종4호의 운명이 실 한 가닥에 대롱대롱 걸려있었다. 개발진은 이 문제를 5개월 동안 고민했다.
원인은 간단했다. 우주는 진공이지만 지상 실험 환경에서는 주변에 공기가 가득하다. 실에 가하는 열이 주변으로 다 빠져나가는 탓에 열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실도 끊어지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중학생도 이해할 만한 문제였지만, 위성을 처음 제작하는 이들에게는 이 모든 게 난관으로 다가왔다. 오 상무는 위성을 완성하고 누리호로 이송하는 이틀 전까지도 실을 걱정했다.
‘수능 시험장에 아이를 보내는 마음’으로 떠나보낸 세종4호는 우선 시험장에 잘 도착한 후 시험지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궤도에 잘 안착해 초기 운용을 하며 상태를 점검 중이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위성 제작에 나설 예정이다. 내년 2월과 6월에는 세종3호와 5호가 우주로 떠난다. 김 전무는 “기술쟁이는 기술만 보면 행복하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K9 자주포 개발과 위성 개발 중 무엇이 더 재밌었을까. 그는 “어릴 때 TV를 분해하고 조립하던 시절이 가장 흥분되고 재밌었다”고 답했다.